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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의 커피나무 재배 성공기

기사승인 : 2011-11-01 09:25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희정농장’ 대표 임희정 씨
빨갛게 익어가는 커피체리(커피나무 열매)를 보고 관상용 커피나무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차렸던 임희정(29) 씨. 임 씨는 경기도 용인에서 국내에서는 유일한 대규모 커피나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열대작물인 커피나무가 낯선 타국에서 뿌리를 내릴 수는 있는 걸까. 취재팀은 우리 땅에서 나는 국산 커피나무와 20대 ‘커피청년’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재배 현장을 찾았다. 

18℃ 내외로 온도 유지하면 잘 자라
임희정 씨의 커피농장은 6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다. 일반적인 비닐하우스와 다를 바 없는 내부에는 1년생부터 4년생까지 총 3만여주의 커피나무 묘목이 자라고 있다. 수세 좋은 묘목들이 각기 화분에 심겨진 채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보면, ‘과연 재배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은 저절로 증발하고 만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커피나무가 대량으로 재배된다는 사실과, 잎에 윤기가 자르르 흐를 정도로 건강한 묘목들의 자태가 놀랍기만 하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특히 겨울철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우리나라는 커피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좋은 최적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최악의 환경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커피나무는 연중 평균기온이 15~24℃인 지역에서 가장 잘 자라기 때문이다. 

“열대작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온도를 높여줄 필요는 없어요. 18℃ 내외가 적당합니다. 당연히 가정집에서도 무리 없이 재배할 수 있는데 다만, 겨울철에 온도가 10℃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해요.”
 
   
‘희정농장’에는 1년생부터 4년생까지 약 3만여주의 커피나무 묘목이 자라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수세가 좋아 열대작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
원두커피의 원료가 되는 커피체리의 주산지는 열대지방이다. 적도를 중심으로 남ㆍ북위 25도 사이 지역은 커피벨트(Coffee Belt)라고 불릴 정도로 대부분의 커피가 생산되는 곳이다. 여기에 속해 있는 에티오피아, 브라질, 콜롬비아, 케냐 등이 대표적인 커피 생산국이다. 

“커피나무가 추위에 굉장히 약하긴 해요. 한번 온도가 떨어지면 바로 죽어버리거든요. 겨울철 관리를 잘해줘야 가정집에서도 오래 키울 수 있어요. 식물 자체의 습도를 유지해주는 것도 중요한데, 저는 3~5일에 한 번씩 관수를 해요. 가정에서는 이틀에 한 번꼴로 주는 것이 좋아요.”

 

국내 환경에 ‘완벽 적응’한 국내산 커피나무
커피나무는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두 종류가 있다. 몇해전까지 임 씨는 두가지 묘목을 모

   
커피체리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4년생 묘목
두 재배했으나, 현재는 관상용 목적에 맞게 수형이 더 좋은 아라비카 종만 재배한다. 삽목 방식으로 심지 않고, 따로 수확해 모아둔 커피체리를 종자로 사용하고 있다. 4년생 나무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종자를 심어 재배한 묘목은 약 1000~3000개 정도의 커피체리(5년생 기준)를 생산하는 반면 삽목한 묘목은 100개 정도에 불과해 품질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제가 재배하는 커피나무는 종자부터 묘목까지 이미 국내 환경에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일부러 묘목을 재배할 때 배양토가 아닌 부엽토를, 양액이 아닌 직접 만든 퇴비를 써서 적응력을 높였거든요. 비닐하우스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과 카페에서도 문제없이 자랄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지요.” 

국내 환경에 잘 적응한 커피나무로 인해 머지않아 ‘국내산 커피의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닐까. 세간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강원도 강릉의 커피농장 ‘커피커퍼’는 직접 재배한 커피나무에서 커피체리를 수확ㆍ가공해 원두커피를 생산하는 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커피커퍼’와 같은 소규모 커피 전문점의 경우에만 가능한 일일 테지만, 임 씨는 수지타산만 맞출 수 있다면 아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한다. 

“커피나무를 대규모로 재배해서 다량의 커피체리를 수확한다면 가능한 일이지요. 갓 수확한 커피는 일단 
   
배양토와 양액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재배해야 오랫동안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임 씨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퇴비
신선하고, 더 깊은 맛과 향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국내에서 ‘희정농장’보다 더 대규모로 재배하는 곳은 없어요. 제가 수확하는 커피체리는 딱 종자로 쓸 수 있을 만큼의 양이에요. 이보다 더 대규모로 재배하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그만큼 자본도 더 많이 필요하겠죠.” 

 

커피나무의 희소가치 높아 전망은 ‘맑음’
임 씨에게 커피나무의 존재를 알려준 것은 아버지 임병철 씨다. 20년 전부터 화훼농장을 운영해 오던 병철 씨는 당시 수입해 온 종자로 커피나무를 심었고, 매해 커피체리를 수확해 다시 종자로 쓰기를 반복했다. 당시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커피나무였지만 그냥 버리기가 아깝고 찜찜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원두커피 시장이 계속 커지고 커피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관상용 커피나무에 대한 수요도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커피나무의 희소가치를 알아본 아버지의 ‘혜안’으로 임 씨는 단기간에 커피나무의 대규모 재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커피나무에 흰 꽃이 피었다 지면 그 자리에서 좁쌀만한 크기의 푸른 열매가 나온다.
하지만 모든 것이 아버지 덕택은 아니다. 임 씨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차근차근 농업의 길을 닦아온 전문농업인인 까닭이다. 스스로 경기도 수원 소재의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화훼과를 전공했다. 지난 2005년 졸업 후에 커피나무를 선택작목으로 정하고 7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커피나무는 아직까지 희소성이 있어서 전망이 밝다고들 해요. 직접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병충해가 거의 없어서 일은 수월한 편이에요. 사실은 홍보를 위해서 관광농장으로 전향하고도 싶었는데, 지자체의 협조가 없어서 힘들더라고요. 농업 자체가 힘들다기보다는, 지원이 부족해서 좀 아쉽죠.”
 
   
열매는 10월 무렵이면 땅콩 크기만큼 커지고, 12~1월 사이에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으로 바뀌면서 여물어 간다. 임 씨는 완전히 익은 붉은 커피체리를 수확해 종자로 쓰고 있다. 
커피체리 자체가 원두커피의 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커피체리의 내부에 있는 생두(Green Bean)를 골라내 건조시키고, 검은빛이 돌도록 볶은 원두(Roasted Bean)에만 쓴맛과 신맛이 어우러진 원두커피 고유의 맛이 배어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 또한 커피나무다. ‘희정농장’은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해마다 주문이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 이같은 상승세로 지난해 매출액은 약 6천만원을 기록했다. 3년생 기준(1만원)으로 보면 6천주의 묘목이 팔린 셈이다. 

하지만 매출액보다는 건강한 커피나무 한 그루가 더 소중하다는 임 씨다. 전망이 밝은 커피나무처럼 ‘커피청년’의 농업도 늘 ‘맑음’이길 기대해 본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전궁리 120번지
네이버 블로그 ‘용인 커피나무 농장’
016-9551-4335

 

이경아 기자  kyung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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