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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주)甘紅露 李敏馨대표와 李基淑식품명인 부부

“조선시대 명주로 꼽혔던 감홍로주, 맑고 순한 맛을 부친에 이어 계승ㆍ발전시킨다”

기사승인 : 2012-11-01 22:06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민속정통주인 감홍로주는 매혹적인 붉은 빛깔과 감미로운 술맛으로 평양의 한량과 기생들을 사로잡았던 조선 최고의 증류주였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 3대 명주로 이강고, 죽력고, 감홍로를 꼽기도 했다. 
지난 10월 8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전통식품분야 6명에 대하여 식품명인으로 추가지정하고 식품명인 지정서를 수여했는데, 이 중에는 조선 3대 명주로 유명한 감홍로주를 부친에 이어 계승ㆍ발전해온 이기숙 명인(식품명인 43호)도 포함되었다. 
이기숙(55) 명인과 그의 부군인 이민형(57) 대표(농업회사법인 감홍로)를 만나 감홍로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집안 대대로 술을 만들어 온 집안이라 

   
▲ 이기숙 명인은 집안대대로 평양에서 양조장을 운영해 왔다. 사무실에 조부, 증조부, 증조모, 부친 이경찬옹의 모습을 모시고 그들의 장인정신을 기리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부곡리. 낮으막한 야산이 둘러싸인 곳에 농업회사법인 감홍로가 있다. 
“이곳 물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고 풍부한 청정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기자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이민형 대표가 지역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이북이 고향이라 가급적 북쪽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으려다 보니까 이곳 파주에 자리잡게 되었는데, 공교롭게 자리잡은 곳이 물 맑고 풍부한 곳이었다고 한다. 
사무실로 들어서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액자 속 인물이었다. 이기숙 명인의 부친인 이경찬옹과 그의 조부, 증조부였다. 
“저희 집안 대대로 평양에서 유명한 양조장을 운영하셨어요. 6.25때 남한으로 피난 와서도 가업을 계속 이어갔지요.”
이경찬옹(1993년 작고)은 문배주와 감홍로주 제조를 오면서 중요무형문화재로 활동해 왔다. 이후 이경찬옹의 장남(이기숙 명인의 큰오빠)인 이기춘 선생이 문배주 제조로 중요무형문화재를, 차남(이기숙 명인의 작은오빠)인 이기양 선생(2000년 작고)은 감홍로주 제조로 식품명인(5호)로 활동해 온 가문이었다. 이제 이기숙 명인마저 감홍로주로 식품명인에 선정되면서 전통주 제조명가로 공식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집안 대대로 술을 만들어 온 집안이라 저도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게 되었어요. 누구의 강요나 사업성을 따져서 한 게 아니죠.” 

고려시대 유입된 평양지역 명주, 甘紅露

   
 

감홍로주의 유래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를 침공한 몽골군은 소주를 들여왔는데, 장기간 주둔하면서 풍토병이 걸려 고생했던 몽골군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주에 각종 약초를 넣어 달여먹었던 것이 감홍로주였다. 이렇게 감홍로주는 평안도 지방에서 최초의 증류식 소주로 전해졌으며 여러 차례 증류한 후 약재를 첨가시킨 우리나라 고유의 명주이다. 감홍로(甘紅露)의 감(甘)은 단맛을, 홍(紅)은 붉은색을, 로(露)는 증류된 술이 이슬처럼 맺힌다는 뜻으로 독특한 향이 어우러져 미각, 시각, 후각을 만족시키는 술이다. 
감홍로주는 궁중에서 달여먹던 제조법이 문헌에 나오고 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서적인 「식물본초」에도 감홍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밖에도 조선시대 실학자인 유득공의 「경도잡지」, 육담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 등에 우리나라 3대 명주중 첫번째(최고)로 기록되는 등 많은 문헌에 명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은 「물산증병설」에서 평양의 3대 명물로 감홍로, 냉면, 골동반(비빔밥)을 꼽기도 했다. 
이밖에 감홍로는 서민들 사이에서는 고급술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는데, 한국 고전소설 「별주부전」에 자라가 토끼에게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로 꼬드기는 장면이 있고, 「춘향전」에는 춘향이 이몽룡과의 이별장면에서 향단에게 ‘질병에 감홍로(겉모양은 투박하나 내용물은 귀하고 아름답다)’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2번 이상 증류하여 맑고 순수한 甘紅露

   
 

감홍로주 제조과정은 정성 그 자체다. 
조를 물에 담가 고두밥을 짓고, 조 고두밥을 원료로 밑술을 만든다. 그 다음 수수와 쌀을 시루에 찐 것을 물누룩과 물을 섞어 8일간 발효한 다음 두 번에 걸쳐 증류한다. 여기에 지초ㆍ진피ㆍ생강ㆍ감초ㆍ계피ㆍ방풍ㆍ용안육ㆍ정향 등 다양한 한약재를 한 달 이상 침출 시킨 후 다시 한 번 증류한 후 안정화를 위해 1년여를 보관ㆍ숙성 시킨다. 
여러 차례 증류시키는 이유는 술에 들어갈 수 있는 불순물을 제거해 맑고 순수한 술을 만들기 위함이고, 몸에 좋은 한약재를 한 달 이상 침출 시키는 것은 약의 효능을 빼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약재와 정성으로 빚은 감옥로주는 어떤 맛일까? 약재향이 가득한 감옥로주를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셔보았다. 입안에서는 제일 먼저 약재 향이 나면서 단맛이 났다. 그러다가 중간에 시원한 맛이 나다가 끝에는 씁쓸한 맛이 돈다. 목에서 넘어가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이민형 대표가 감홍로주의 맛을 부연설명해 주었다. 
뱃속에 들어간 감홍로주는 아랫배에 따뜻한 온기를 주면서 온몸을 덥혀준다. 일반 술은 마시면 몸이 차지는데 비해, 감홍로주는 서양의 꼬냑처럼 몸을 덥혀준다. 또한 풍부한 약재 덕분에 몸의 산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막걸리학교 허시명 교장은 감홍로주를 마시고 ‘감열하다(가슴을 시원하게 내려간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감홍로주는 다른 음료수와 혼합해서 먹기가 편한 술이다. 과일쥬스, 탄산음료는 물론 맥주나 토닉워터, 심지어 요구르트에 타먹어도 맛이 좋다고 한다. 

전통주 산업은 상품이 아닌 문화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

   
 
감홍로주는 이렇게 전통이 있고, 좋은 술이지만 그 동안 인정을 받지 못했다. 
전통주의 경우 지자체를 통해 발굴되고 홍보와 마케팅이 이루어진다. 안동소주, 진도홍주, 전주이강주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감홍로주는 평양이 고향이라 지자체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개인의 노력으로 전통주를 계승ㆍ보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에 식품명인으로 지정되면서 정부의 보호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농식품부는 식품명인에 지정된 명인제품에 대해서는 전시ㆍ박람회를 개최하고, 판로확대 및 홍보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식품명인의 보유기능을 계승ㆍ발전시키고 우리 전통식품의 수출 확대 및 한식세계화 등과 연계되도록 식품명인을 적극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이민형 대표는 “전통주는 문화적 접근이 가장 바람직하다. 전통주가 제품(상품)으로 취급되어서는 대기업의 고급술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면서 전통주 보전ㆍ계승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기숙 명인은 “저희는 돈을 벌거나 지원을 받기 위해 감옥로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던 길을 멈출 수 없어 계속 가다보니까 명인이 되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노하우가 되었다”고 담담하게 그동안의 어려움을 소회하였다. 
아직도 배울게 많다고 하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전통주와 관련된 모임을 계속한다는 이기숙 명인과 문화컨텐츠를 담은 스토리텔링으로 젊은층에 전통주를 널리 알리려는 이민형 대표는 우리 시대에 훌륭한 문화지킴이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농업회사법인 감홍로주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부곡리 34-7
☎ 031-954-6233

김신근 기자  pli004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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