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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교도소 합숙' 대체복무, 뭐가 문제?

기사승인 : 2018-12-14 16:36 기자 : 일송재단 국제개발원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 방식이 '36개월 교정시설 합숙근무'가 유력해진 가운데 시민·인권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참여연대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전쟁없는세상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5일 서울 국방부 앞에서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

 

국방부는 복무기간을 현역(육군 18개월 기준)의 2배인 36개월로 하고, 복무장소는 교정시설로 단일화하며, 복무형태는 합숙근무로 통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체복무제안을 최종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복무 영역을 교정시설로 단일화하고 복무기간까지 2배로 하는 정부안이 헌법재판소,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상 '징벌적 대체복무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역의 2배 이르는 합숙 복무기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복무 기간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0월31일 성명서를 통해 "현역 복무기간의 2배, 육군 복무기간 18개월 기준 36개월(3년)로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대체복무 기간을 운용하게 된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최대 1.5배 이상의 대체복무 기간은 인권침해라고 일관되게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국방부가 형평성을 이유로 2배라는 기간을 설정했는데 이에 따른 조사나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근거 없는 추정치로만 설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조사를 근거로 "입영대상자들이 군복무를 하면서 가장 박탈감을 느낀 부분은 '사회와의 단절'이었다"면서 "대체복무도 교정시설 합숙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복무기간이 현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긴 수준으로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에서 병역판정검사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응답자(38.8%)가 합숙복무를 할 경우 적절한 대체복무기간으로 '육군 병사와 동일 기간(18개월=1년 6개월)'을 선택했다. '공군 병사와 동일기간(22개월=1년 10개월)', '육군 병사의 1.5배(27개월=2년 3개월)'을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21.6%, 21.2%로 그 뒤를 이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 등 다른 대체복무자(34~36개월)를 고려해 대체복무 기간을 정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들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중보건의 등은 출퇴근 형식으로 근무할 뿐더러 복무자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반면, 양심적 거부자들에게는 36개월 교도소 합숙 근무라는 선택지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교도소'로 단일화된 근무 형태도 문제


교정시설에서만 복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시민단체들은 병역거부자들이 교정시설, 즉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수행할 업무는 이전까지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고 감옥에 수감돼 해왔던 업무와 같다고 말한다. 대체복무제 복무 영역을 다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석 활동가는 "한 영역에서만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취지는 고려하지 않고 행정편의주의적 관점에서 이같이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헌법이나 개별 법률에 근거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독일, 노르웨이, 스위스, 대만 등의 국가들에서는 병원 간호보조, 학교, 소방, 기타 공공복지 분야의 기관에서 군복무기간의 약 1배~1.5배의 기간 동안 출퇴근 또는 숙박 형식으로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심사기구가 국방부에 설치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자유권 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심사는 '독립적이고 공평한 의사결정기관', 곧 국방 당국이 아닌 민간 당국의 권한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과 인권위도 한목소리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만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에 대해 입장을 교환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유엔과 국가인권위원회도 정부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19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찾아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의 1.5배가 넘지 않도록 설정하고, 복무영역을 교정시설에 한정하지 말고 다양화하며, 심사기관을 공정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설계할 것"을 요청하는 등 정부안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1월7일 유엔 종교·신념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한국 정부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서한을 보내 한국이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국제 인권법에 맞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한 바 있다.

국방부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공군회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제2차 공청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토의했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오는 2020년 1월1일부터 대체복무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U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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