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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피해 부르는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센터'

기사승인 : 2018-12-17 18:00 기자 : 일송재단 국제개발원

'내 아이는 내 손으로 지켜야 합니다. 보호하지 못하는 학교와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한 이 사회를 탓하기 보다는 내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 최선의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센터라는 A업체의 홍보 문구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당국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거액을 들여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센터의 힘까지 빌리고 있다. 

 

 

▲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센터'는 또다른 피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셔터스톡]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경찰에 적발된 학교 폭력 사범은 5만9000명이다. 연평균 1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입건된 셈이다. 연도별로는 2014년 1만3268명, 2015년 1만2495명, 2016년 1만2805명, 2017년 1만4000명이다. 올해도 6월까지 입건된 청소년이 6432명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 399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8월 발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서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5만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약 1만3000명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학교폭력 사건 처리 곳곳에서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지난 7월 성폭행과 협박 등에 시달리다 투신한 인천 미추홀 여중생은 2년 전에도 학교폭력을 신고했지만 학교의 안일한 대처로 학교폭력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여러 해법 통한 실질적인 학교폭력 해결" 홍보

이처럼 잇따른 학교 폭력 사건과 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생겨난 것이 이른바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센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학교폭력 심부름센터'를 검색하면 수십 곳이 나온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학교폭력 피해를 해결하고, 가해자도 선도하며 사례별로 맞춤형 솔루션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의뢰 비용이나 옵션, 업체별 비교 등 학교폭력 심부름센터와 관련한 문의도 여러 건 게시돼 있다.

기자가 문의해보니 B업체는 "학교폭력 사건이 실질적으로 학폭위에 회부된다고 하더라도 가해자 서면 사과나 교내봉사 및 사회봉사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C업체 역시 "학교가 학폭위를 열지 않으려 하고, 열리는 경우에도 피해자들이 오히려 전학을 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학교폭력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만큼 좀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해법이 가장 확실하다는 것이다.

비용은 단지 직원이 동행하는 것임에도 일주일 기준으로 적게는 35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600만원 가까이 요구했다. 추가적인 방법을 이용할 경우 비용은 더 높아진다. 그럼에도 한 달 평균 30~40건의 계약체결이 이루어진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건장한 직원들이 친척으로 위장해 피해 학생과 등하교를 함께 하거나, 직접 가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 부모를 찾아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공개하겠다며 위협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재판을 염두에 두고 학교폭력 관련 증거를 수집하거나, SNS를 활용해 가해 학생 신상을 공개하기도 한다.

조영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국장은 "학생이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삼촌이라며 학교폭력 문제에 개입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편법이 아닌 불법행위" 지적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심부름센터 측은 "철저하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활동한다. 불법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다른 방식으로 문제없이 '편법'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심부름센터 자체는 불법은 아니지만, 실제 업무 내용에서는 위법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현수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들은 편법이 아닌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편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고객 유치를 위한 일종의 사술행위로 볼 수 있다"며 "실제로 형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사설업체가 가해 학생이나 부모를 찾아가 위협하는 행위는 협박죄나 강요죄이고, SNS에 가해 학생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게시글 역시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건을 의뢰한 부모도 상황에 따라 협박죄 등 교사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정도에 따라 심부름센터 직원이 과도하게 위력을 과시해 불안감을 준다거나 가해자의 부모 직장에 알린다던지 하는 행위들은 협박죄와 같은 형법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진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심부름센터가 하는 일들의 80~90%는 사실상 협박 등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여지가 큰 행위들"이라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발생시 격리 등 초기 대응 강화해야"

교사들도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사설업체에 의뢰할 만큼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는 현실에 우려하고 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ㄱ(28)씨는 "학교가 제대로 학교폭력 문제를 처리하지 못해서 피해자들이 흥신소까지 쓰는 현실이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 ㄴ(27)씨도 "심부름센터까지 고용한다는 건 그만큼 학교와 교사들이 무력하다는 증거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안에서 학교폭력위원회를 개선하는 방법 등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폭력SOS지원단 관계자는 "학교가 나서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 적극적인 신고, 피해자 보호 또는 격리 등 초기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학교폭력 화해분쟁조정기관 등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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