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일송뉴스Biome

HOME > Biome

미생물이 만드는 놀라운 세계

흙과 내장

기사승인 : 2017-03-03 11:26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단골 슈퍼의 유제품 진열대가 두 배 이상 넓어졌다. 다양한 균을 상품으로 하는 음료와 요구르트 종류가 너무 많아 선택도 고역이다. 장내세균이 심신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속속 밝혀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탓일까?

원래부터 장내세균의 중요성은 알려져 왔지만, 요즘은 더 나아가 세균의 다양성과 밸런스가 주목 받게 되었다. "장내 플로우"라든가 ‘마이크로 바이옴(숙주에 정착하는 미생물의 유전자 총체)‘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퍼져간다.

뇌와 장의 관계라는 말은 이미 1880년대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장내세균이 내분비계와 뇌신경계, 심지어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보고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장내세균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장(腸), 특히 대장 내부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복잡한 생태계를 구성하면서 인체와 공생하고 있는데, 음식을 분해하여 간에 필요한 영양소와 화학물질을 만들어 병원체로부터 지키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일이 토양환경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토양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식물의 뿌리와 공생하면서 병원균을 격퇴하거나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되어 있다.

 

정원 만들기와 암 치료의 경험에서 배운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R 몽고메리와 앤 부부는 각기 지질학과 환경계획을 전문으로 하는 생물학자로 ‘흙과 환경’의 전문가이다. 몽고메리는 "흙의 문명사"(2008년)라는 책도 번역했는데, 이 부부가 미생물학자나 의사는 아니지만 집의 정원에서 토양개량 과정에서 미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앤은 자궁 경부암(인유두종 바이러스가 리스크를 높힌다)으로 진단받고 자신의 건강과 미생물 그리고 음식과의 관계에 절실하게 마주하게 된다.
정원만들기와 암 치료는 겉으로는 관계없는 것 같지만 앤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숨겨진 자연의 절반(이 책의 원제)"의 존재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로 인해 각각의 전문분야를 넘어서 의학과 약학, 영양학과 농학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 종횡으로 섭렵해서 얻은 정보로 미생물이 만드는 세상 이야기로 정리한 것이다.

 

지금까지 ‘박멸해야 할 질병 원인’으로 여겨져 온 미생물

코흐와 파스퇴르 등에 의한 병원체의 발견 이후 미생물은 박멸해야 할 질병의 원인으로 인식되어왔다. ‘병원체로서의 미생물’이라는 세균 이론에 따르면 다양한 백신과 항생제로 만들어졌고 그 덕에 한 때는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건질 수가 있었지만, 감염으로 인한 사망은 더 이상 선진국의 주요관심사가 아니다.

또한 ‘나쁜 박테리아를 박멸하면 만사 오케이’라는 그 동안의 미생물을 바라보는 의식 때문에 항생제의 안이한 사용과 항균제로 범벅된 잘못된 생활을 초래했다.
그 결과로 약 내성균이 만연하고 인간 체내의 미생물세계는 큰 변화를 거쳐서 면역체계의 혼란, 새로운 만성질환을 초래하는 지경이 되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인체에서 일어난 미생물 세계의 변화와 토양환경에서 일어난 미생물의 변화가 실은 같은 방향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장(腸)에서는 내부가 환경이지만 식물의 뿌리에서는 반대로 외부인 흙이 환경이 되는 것이 다르다.
원래 인류는 유기물과 토양의 비옥도와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면서 농지에 퇴비나 작물의 잔여분 등의 유기물을 보충하였는데 유기물에 포함된 영양분이 식물성장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자 대신해서 화학비료를 주게 되었다. 화학비료는 초기에는 수확량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지만 점차 수확량은 떨어지면서 오히려 질병 및 해충에 시달리게 되었다.

실제로 토양의 유기물은 식물의 영양이 되는 것이 아니라 토양에 사는 생물과 미생물의 영양이 되고 결국 ‘토양생물’이 식물의 영양을 도와서 병충해를 예방하고 협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물에 포함된 미량 영양소인 구리, 마그네슘, 철, 아연 등은 식물의 건강에 필수 원소로 피토케미칼, 효소,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데 불길하게도 그 함유량이 최근 현격히 줄어든다고 한다.

*피토케미칼(phytochemical)은 식물에 존재하는 천연 화학물질을 일컫는 것으로 정상적인 신체기능의 유지에 필요하지만,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식물로 얻어지는 화합물"을 말한다. 다른 말로 식물영양소 (phytonutrient)로 불린다.

 

지금까지 간과했던 ‘자연의 절반’

생명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시기인가 다른 미생물에게 포식된 미생물세포가 육식동물과 공생관계를 맺음으로써 살아남았다. 이 공생관계를 출발점으로 복잡한 다세포 생물로의 합체와 분리가 반복되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생물끼리 손잡고 다세포 생물이 탄생한 이래 전면적인 대립, 협력과 순응과정을 통해서 미생물과 식물과 동물의 관계를 형성했다. 반복해서 생명의 나무가 성장함에 따라 역경 속에서 관계가 생겨나고 필요에 따라 추가되기도 하였다. 현미경 속세계가 이 정도까지 협력적인 장소라는 것과 우리의 인체 내에 그 증거가 이렇게 숨겨져 있을 줄은 다윈조차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리라. 우리는 유전자의 1/3 이상을 세균, 고세균, 바이러스로부터 물려받은 존재인 것이다.

때문에 미생물의 공생은 생명체에서 매우 일반적이고 필수불가결하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하여서 인간과 자연의 ‘숨겨진 절반’의 관계에 대한 과거의 견해를 뜯어 고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장내세균을 향한 시선을 이제 식물과 토양, 그리고 생명나무 전체로 크게 넓혀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숨어있던 소중한 자연의 절반에 확실하게 눈을 열어 이해해야 할 것이다.

저자 : 東嶋和子 / 번역 : 오마니나

(재)국제농업개발원  webmaster@iadi.or.kr

<저작권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국제농업개발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