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일송뉴스Healing

HOME > Healing

밥상 위의 독립운동

기사승인 : 2017-03-03 15:51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국내에 유통되는 장류 제조 종균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농촌진흥청은 전국의 메주에서 곰팡이를 선발해 특성을 분석하고 2009년에 100종 넘는 곰팡이와 1,500종류에 가까운 균주를 수집하여 장 만들기에 적합한 10종의 곰팡이를 특허 출원했다.
 
결과적으로 이 곰팡이를 이용하여 장을 담그면 동일한 맛을 내는 장류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농진청은 자신들이 낸 특허 곰팡이를 이용하여 위생적이면서도 전통 장류의 맛을 내는 ‘메주와 장을 만드는 회사’에 기술 이전을 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홍승범 박사는 “최근 막걸리 제조에 쓰이는 일본산 균주를 대체할 국내산 균주는 개발됐으나 한식의 바탕인 된장과 간장 제조에 사용되는 토종 균주가 개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면서, “이번에 전통 메주에서 유래한 토종곰팡이 종균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국가의 생물주권을 확립하는 한편, 다양한 맛의 장류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농진청에서 우리의 전통장류를 균일한 맛과 품질로 만드는 것이 과연 전통장류를 발전시키는 일인가? 또한, 나라의 세금으로 연구한 내용을 특허출원을 통해 사설 회사를 만들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국가 기관인 농진청에서 해야 하는 일인가 묻고 싶다.
 
백곡균이나 황국균 등 단일 균주에 의해 만들어 진 된장이 과연 전통장류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게 만들어진 된장과 간장은 엄밀하게 말해서 전통장류가 아니다. 인공으로 배양된 특정 균주를 이용해 만들어진 고추장과 된장, 간장을 먹어본 본인은 그 ‘얕은 맛’에 실망했다. 전통 장류의 깊은 맛에 비교 할 수가 없다.
 
한국인이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에 강한 면역력이 강한 이유는 젓갈과 김치, 간장과 된장과 같은 발효식품 때문이라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렇듯 한국인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장류의 중심에 바로 ‘고초균‘이 있다.
 
전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어서 짚으로 엮어 매어 따끈한 겨울의 온돌방에서 띄우게 되는데, 바로 이 짚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고초균(枯草菌), 즉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는 균이다. 볏짚이나 갈대줄기에는 고초균이 특히 많은데 서식지에 따라 볏짚을 사용하거나 갈대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고초균은 40℃의 온도에서 가장 잘 증식하는 내열성이며 또 염도가 높아도 잘 견뎌내는 미생물로, 메주를 발효시킬 때 대부분의 잡균은 높은 온도로 인해 죽어버리고, 발효에 유익한 미생물들은 증식된다. 또한 신기하게도 증식이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서는 포자를 생성해 수십 년에서 수백 년까지 죽지 않고 휴면상태로 존재하는 똑똑한 균이 바로 고초균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물리학자 존 틴달(John Tyndall)은 건초 침출액에서 다른 미생물보다 몇 배나 더 열에 강한 세균포자를 발견하였는데, 이 균은 5시간30분 동안 끓여도 포자가 파괴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독일의 식물학자 페르디난트 콘(Ferdinand Cohn) 역시 건초에서 발견된 균이 내열성이 강한 균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으니 이런 균주를 활용하여 오랜 세월 전통장류를 만들어 식품으로 활용해왔던 우리 조상들의 놀라운 지혜에 감사할 뿐이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균을 이용하는 것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의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는 일은 비과학적인 것이 되어버리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전통식 된장과 간장이야말로 고차원적인 발효 단계를 거친 세계적으로 뛰어난 슬로우 푸드(slow food)로써 불과 한 두 종류의 인공배양균을 이용한 된장보다 훨씬 많은 효소와 기능물질이 존재한다면, 이것이 최고의 과학이 아니고 무엇인가!
 
전통장류는 집집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문제라고 하지만 다른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취향과 지역, 각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담글 수도 있으니 ‘집된장’ 이야말로 진정 사람을 살리는 미생물의 보고이자 한국이 보유한 세계적 먹거리 자원이 된다고 생각된다.
 
각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가 어우러져 한 편의 멋진 영화가 만들어지듯 한국의 좋은 물과 공기, 독특한 균주 등 장 만드는 데 필요한 다양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멋진 발효식품의 보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일본의 낫도균을 이용한 낫도, 효모만을 이용한 빵과 와인, 곰팡이를 이용한 치즈 등은 유산균이나 효모를 활용한 ‘단용 발효식품’인데 반하여 한국의 전통된장은 곰팡이, 세균, 효모까지 자연의 미생물 모두를 활용하는 ‘복합 발효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된장이 최고의 면역식품이자 약이 되는 이유는 과연 뭘까? 식물성 단백질 식품인 '콩'을 주재료로 하여 열과 염분에 강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수 백 년까지 생존이 가능한 고초균을 활용하여 손맛으로 일컬어지는 엄마표 미생물까지 합세하여 발효되면서 일 년 내내 가족들의 장 건강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장독대를 되살리고 집집마다 자신들의 집된장을 담는 전통장류 문화를 다시 부흥시키는 일은 ‘밥상 위의 독립운동’이다.
20여 년간 국민들 모르는 사이 엄청나게 수입된 유전자조작으로 생산된 GM콩에서 식용유를 짜내고 남은 ‘쓰레기보다 못한 재료’인 대두박을 화학적으로 산분해하여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 온갖 합성화학첨가물을 첨가하여 짧은 시일내에 공장에서 만들어진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한 고추장, 된장, 간장을 몰아내어 ’죽음의 밥상‘으로 변해버린 한국인의 밥상을 “생명살림의 밥상”으로 되돌려야 하는 중대한 과업이니 ’밥상 위의 독립운동‘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재)국제농업개발원  webmaster@iadi.or.kr

<저작권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국제농업개발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