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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은 우리 몸을 살리는 꼬마 난쟁이들

기사승인 : 2017-10-10 15:02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한형선의 푸드닥터>

1. 내 몸의 또 다른 주인, 미생물
우리 몸에는 내가 아니면서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 바로 미생물이다. 우리 몸이 60조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수는 100조가 넘는다고 한다. 내가 내 몸의 주인이라 말하기 조금 미안해지는 대목이다.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몸은 미생물이 살아가는 커다란 생태계이다. 특히 소장과 대장은 우리 인체에서 가장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곳이다. 미생물은 이 안에서 참 많은 일을 한다.

2. 미생물이 하는 일
사람은 음식을 스스로 소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소화효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장 내에 들어온 음식물이 소화 흡수될 수 있도록 숙성과 발효를 시켜주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섭취한 음식물을 분해하고 흡수를 도와주는 일 이외에도 비타민, 항생 물질, 호르몬 등 우리 인체가 필요로 하는 여러 유익 물질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다. 유해균을 억제하면서 면역 세포의 주 활동 무대인 장 점막을 보수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 또한 미생물이 하는 일이다. 실제 우리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생명 활동을 미생물들이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자기가 사는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주인공이 바로 미생물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어째 미생물이 이 집의 주인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인이 따로 있는 집(몸)에 잠시 얹혀사는 하숙생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을 못살게 구는 ‘갑질’은 어째 사람이 더 하고 있는 것 같다. 방부제가 섞인 음식, 식이섬유(미생물의 먹이)가 없는 인스턴트식품, 항생제가 포함된 화학 약품 등 미생물을 힘들게 하는 먹을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넣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point : 음식이 약이 되는 습관 ]  
** 유익한 미생물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
● 장 상피세포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 장 상피세포의 간극 견고하게 해서 장벽을 강화하여 유해물질유입을 억제한다.
● 장 점막에서 증식하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장 점막을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
● 면역 조절과 항염증 작용, 자가면역성 질환(Th1, Th2 조절)
● 장점막에 바이러스, 유해균의 점막상피세포 부착을 방해한다.
● 비타민 B2, B3, B5, B12, 비오틴, 비타민K 등 비타민을 생산한다.
● 마약성 물질과 유사한 기전을 가지고 통증 감소효과가 있다.
● 장의 연동운동을 정상화하고 숙변을 제거하고 변비, 설사치료를 한다.
● 대장독소가 간으로 흡수 되는 것을 막아 간 보호와 간경화에 필수다.
● 발암 물질에 붙어 발암 물질을 무력화하는 항암 작용이 있다.
● 김치유산균을 먹으면 암 환자의 통증을 감소시킨다.
● 김치유산균, 양배추김치, 오이지등에 있는 균은 장벽에 유해균이 붙는 것을 억제한다.
● 이밖에도 유익균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3. 출생 과정에서 최초로 획득
우리 몸에는 100조개에 달하는 그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미생물이 몸 안에 존재한 것은 아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어머니의 양수는 단 한 마리의 미생물도 살지 않는 무균 상태이다. 그렇다면 미생물은 언제 최초로 우리 몸에 들어왔을까?
미생물이 우리 몸에 최초로 들어오는 일은 태아가 출생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태아가 엄마의 자궁 입구에서부터 약 10cm의 산도를 따라 나오면서 미끈한 점막을 지나는데 이때 엄마로 미생물이 전달되어 최초로 획득하게 된다.

신비로운 것은 출산이 임박해 오면 산도에 있는 미생물의 종류와 수가 현저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유익한 최적의 미생물들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산모의 몸에 공생공존 해오던 미생물들 중 1차로 선발된 이들이 이 10cm의 산도에 몰려드는 것이다.
이때 전달되는 미생물은 주로 모유를 소화시키는 데 필요한 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과 아기의 1차 면역을 담당하는 미생물이 중심을 이룬다. 이렇게 1차 면역 물질이 출산 과정에서 아기에게 넘어가는 일까지가 바로 출생의 첫 번째 완성이다. 최근 제왕절개 출산 비율이 높아지면서 1차 면역 물질을 받는 기회를 놓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며 첫 번째 단추가 잘 못 끼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4. 모유 안에 들어있는 미생물의 신비
이어 2차 미생물은 모유 수유를 통해 받게 된다. 놀라운 사실은 어머니의 모유에 아기의 건강을 위한 영양 성분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이에게 전혀 소화 흡수되지 않는 올리고당도 포함되어 있다. 왜 그럴까. 이는 바로 아기의 몸에서 살아갈 미생물들을 위한 먹이로, 아기의 몸에서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양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생명의 신비를 보면 자연의 섭리가 정말 놀랍다. 마치 오랜 친구인 미생물과 우리의 인체가 만들어 놓은 멋진 조화를 보는 듯하다.

인간의 탄생 과정에서 자연의 섭리가 이럴진대 우리는 평소 먹는 음식이나 건강관리에서 미생물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하고 있는 것일까. 과거 미생물이라고 하면 전부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몸에 유익한 미생물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가 건강을 지키는데 매우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5. 노화란 미생물의 수가 줄어드는 것
많은 사람들이 주름진 피부를 젊게 하기 위해서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하지만 과연 이런 방식으로 진정한 의미의 노화를 막을 수 있을까. 노화든 질병이든 그 80%는 장 건강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니 장을 어떻게 건강하게 관리하느냐가 보톡스를 맞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노화를 막고 젊게 사는 비법이 될 수 있다.

똑똑한 장의 최고 파트너는 미생물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장은 우리 몸을 총괄하는 면역 시스템의 총사령탑이다. 머리 뇌의 지배를 받지 않고 스스로 필요한 것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을 배출하는 등 대부분의 생명 활동을 결정할 수 있는 똑똑한 장기이다. 그러한 장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가 있는데, 바로 장 내에 살고 있는 유익한 미생물들이다.
소장과 대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곳이다. 미생물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분해하고 흡수를 도와주는 일을 한다. 장 점막에 포진해 있는 면역 세포와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소화 흡수를 돕고 장 점막도 튼튼하게 해준다. 이외에도 비타민, 항생 물질, 호르몬 등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상당수의 물질들을 생산하고 공급하고 있다.  

우리에게 광고로 유명한 메치니코프는 장 내 유산균을 연구하여 1908년 노벨상을 받았다.  소장과 대장에 사는 좋은 균이 유해균을 억제하면 장이 깨끗해지고 면역이 증강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핏줄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사람을 늙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해 유산균이 해로운 세균을 없애 주면 핏줄이 딱딱해지지 않아 코카서스 지방 사람들처럼 장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유산균의 한 종류인 불가리아 균을 마시며 평생 건강을 지켰다고 한다.
메치니코프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현대 의학은 장내 유산균이 단순히 장 건강 뿐 아니라 훨씬 많은 일들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는 장내 미생물을 ‘제3의 장기’ 라고 부를 정도로 그 역할과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미생물의 불균형이 질병의 원인이다
이렇게 중요한 미생물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장 내부에 유익한 미생물의 비율이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대신 유해한 미생물의 수가 늘어나면서 유익균과 유해균 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이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 자료들에 의하면 이 장내 미생물총의 불균형과 파괴가 대장질환을 넘어 알레르기, 암, 치매, 자가면역질환, 심지어는 비만과도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익 미생물의 수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같은 현상은 항생제, 제산제, 진통소염제, 식품에 첨가된 방부제 등 각종 화학물질들이 유익한 미생물이 살기 힘든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현대인의 장을 병들게 하고 우리 인체의 가장 중요한 방어 전선인 장 점막의 건강을 무너뜨린다.

세계 최초로 대장 내시경을 통해 장에 생겨난 폴립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일본의 대장 전문의 신야 히로미. 그는 수많은 환자의 장 상태를 검사하면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장상(장의 상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건강 상태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나 심지어는 남아 있는 수명까지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육식이나 인스턴트식품, 화학적으로 만든 의약품을 오랫동안 먹어온 사람들은 장의 노화가 진행되어 장점막세포가 균열이 가고 깨져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무방비 상태로 체내로 흡수되는 소위 LGS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LGS 증후군 : 새는 장 증후군(Leaky Gut Syndrom)이라고도 부른다. 장 점막의 구조가 느슨해져 해로운 물질이 무방비로 체내에 흡수되며 자가면역질환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 장에는 무너진 장 점막을 보수하여 조밀하게 만들어 주고 장 점막을 코팅하는 뮤신을 만드는 일꾼인 유익한 미생물들(락토바실러스, 비피더스균 등)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반대로 엔테로 박테리아 등 유해 미생물의 수는 늘어나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서 장의 노화와 건강 이상이 급속도로 진행된 것을 쉽게 확인 할 수 있었다.   
 
우리 인체 유전자인 DNA를 분석하면 건강상태와 질병 등 많은 생로병사의 비밀을 예측하고 알아낼 수가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연구 자료에 의하면 신생아의 몸속에 있는 미생물군락의 종류와 개체수 등 미생물을 분석 한 결과에 의해서도 성장과정에서 나타날 여러 가지 건강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며 미생물과 인체의 상호협력관계는 정말 끝이 없다.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webmaster@iad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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