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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ᆞ野 양쪽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영세농민

기사승인 : 2010-05-01 14:11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渤 海 人
(2010. 3. 22.)



저와 막역한 사이인 前職 농림부장관 두 분은 “한국의 농정은 우리보다 선진국인 이웃나라 일본을 60%, 유럽의 스위스ᆞ네덜란드ᆞ독일 등을 40% 비율로 하여 이들 나라들이 성공한 정책들을 모방하여 우리 것으로 가공한 후 추진하면 별 문제 없이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선거 때만 되면 시류에 편승한 정치인들 때문에 도무지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기 어렵더라”라고 실토했다.
여기에서 ‘선거 때만 되면’이란 의미는 ‘표를 가진 조직이나 무리’를 뜻한다. 예컨데, 어제까지는 돈 가진 기업체에 기웃거리던 정치인들이 선거때는 노동조합쪽으로 좌회전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제까지는 농업인에게 기웃거리던 것이 선거때인 오늘부터는 농민들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것과, 어제까지는 시장의 도매법인에게 기웃거리던 것이 오늘부터는 시장상인에게 접근하는 것일 수 도 있다.
정치인들이 관심 갖는 이유는 이들이 돈과 힘은 없어도 표가 많은 머릿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들 역시 선거철이 되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당연히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가 끝나면 토사구팽식의 “땡”이라는 것이다.

100년 동안 야당생활에서 집권여당이 된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은 표를 모아준 농민들에 대한 보답행위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일본 농업정책은 가족농 중심의 일본농정이 추진될 것이고, 이들을 앞세워 2020년까지 칼로리 베이스로 식량자급률 50%을 달성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3월초순 일본 전체 언론보도)

한국과 일본의 단순비교에서 2009년말 현재 한국은 국민1인당 국토면적은 600평이고, 농지면적은 98평이고 식량자급률 26.5%인 반면, 일본은 1인당 국토면적은 870평에 농지는 105평이고, 식량자급률은 33.7%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자급률이 높은 것은 2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주년재배가 가능한 아열대 기후지역이 한국보다 많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터널재배를 포함한 시설재배 면적이 많다는 것이다. 시설재배는 1년내내 작물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칼로리 베이스로 50% 식량자급이란 생산물량으로 따지면 약42%가 되는데, 이것은 돼지ᆞ닭 고기 생산을 위한 농후사료 재배농지는 줄이고, 연경채소 재배와 과채류 재배를 늘리겠다는 의도이다. 이것은 가족영농 및 집락(集落)영농의 우선 정책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농업인과 농민의 개념정리가 필요하다.
먼저 일본을 살펴보면 한국식 농민을 가족농(70%)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은 농협조합원이지만 사업자등록증은 없으나 자가농지가 있는 계층이다. 집락(集落)영농(20%)은 공동생산과 공동판매 농가조직체 인데, 한국에서는 일부 종교단체 이외는 아직 없는 계층이다. 법인경영(10%)은 한국식으로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을 말한다.
미국과 독일ᆞ프랑스ᆞ이태리ᆞ스페인 등도 한국보다는 일본과 유사하다. 스위스와ᆞ덴마크ᆞ스웨덴ᆞ핀란드의 경우는 공동생산과 공동판매인 집락영농 비중이 매우 높다.
세계적 석학인 「제3의물결」의 저자 앨빈 토플러는 “농기업주(農企業主)인 농업인은 환경파괴와 GMO 농산물 생산에 충실하고 보수적이고 시장경제 이념에 농후한 것에 반하여, 농민은 환경보호주의자이고 non-GMO 고수와 마을 공동생활의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가족중심의 노동력으로 영농을 할 뿐만 아니라 과학화된 문명보다는 불편하더라도 자연친화적 농촌문화에 익숙해 있기 때문인데, 이들이 바로 ‘지구의 파수꾼’이라는 과장된 표현도 했다.

한국은 2009년말 현재 농가 수는 119만 5천호이고 농가 인구는 311만 7천명인데, 농가 경영주 32.6%가 70세 이상의 고령자이다. 119만 5천호 농가 중에서 년간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5천만 원 이상의 농가는 5.6%인 6만 7천 가구인데, 이들을 농정당국은 전업 및 전문 농업인이라고 칭한다. 한편, 이들은 자신들의 년간 농산물 판매금액보다 더 많은 약7천만 원 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지원한 정책자금이고, 거치상환자금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연체가 되고 있는데 합하면 4조6천9백억 원이나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깊게 관찰하면 부채의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보조금을 노린 영농법인 결성이다. (자료 : 통계청, 농어업 법인조사)
2005년부터 년간 농업법인의 추이를 보면 2005년 5,626개, 2006년 5,650개, 2007년 5,854게, 2008년 6,306개, 2009년 6,800여개(통계청 집계중)이다.
이중에서 법인 설립이 대체로 쉬운 영농조합법인은 2005년 이후 17%의 성장이 있었고, 회사법인은 소폭 성장했다. 그런데 이들 법인들이 말만 법인이라, 특정인이 농특자금을 받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들러리로 내세웠기 때문에 어차피 부도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2008년말 기준, 부채가 10억 미만 법인이 420여 개이고, 10억 이상 법인이 408개로 대부분 농업 정책융자 금융이다. 이들 828여 개 법인들의 부채가 약1조2천억 원이 되어 전업 및 전문 농업인 또는 농업경영인이라고 표현하는 년간 매출액 5천만 원 이상 농가 6만7천 농가의 부채총액 4조 6천 9백억 원의 26%나 차지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두 가지 요인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첫째는 농업을 이해 못하는 정권과 시장경제를 맹신하는 정권이 들어서면 “자연과 더불어 생성하는 직업이 농업”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생산위주의 농업인에게만 전폭 지원을 하기 때문에 정권과 연고가 있는 사이비 농업인이 판을 치게 되어있고,
둘째는 영세농민은 담보능력이 부족하여 영농자금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어 차별감과 소외감으로 진보적 성향이 배양될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의 결과 농업인과 농민은 가장 친화적이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극과 극의 세력으로 성장했다.
예컨데 농민조직중 농업경영인, 농업기술자 및 지도자 등의 명칭은 태생적으로 농업인 조직이고, 농민회, 농민연맹 등은 농민(한국식으로는 영세농이고 일본식은 가족농이다) 조직이다.

필자의 주변을 살펴보면 고향 김해에서 작년까지 서양채소 농사를 짓던 동생(64세)은 40여년간 부부간에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밤낮으로 일했으며, 정책자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고, 순수 농사지은 소득으로 집도 사고 땅도 사고 저축도 했다. 지금은 은퇴하고 여생을 즐긴다. 이러한 동생이 ‘만약 정책자금을 받아 유리온실 짓고 수출한다고 떠벌렸으면 허우대만 멀쩡한 속 빈 강정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신고 배(梨) 농장을 하는 친구도 동생과 꼭 같은 소리를 했다. 이들은 스스로 ‘농업인도 영세농민도 아닌 완전한 「가족영농인」’이라고 표현한다.
필자의 제자 중에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수출 백합단지를 운영한 K氏는 정책자금 상환능력이 없어 파산했고, 또 다른 K氏는 전북 장수에서 농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했으나 망했다. 둘 다 망한 이유는 이들의 상환능력은 고려치 않고 과다한 융ᆞ보조 정책자금을 지원한 실적위주 담당공무원과 융ᆞ보조금을 공짜 돈으로 착각한 당사자에게 원인이 있다.
실제로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영농법인들 중에서 대차대조표를 보면 대부분 거지가 될 처지에 있어 정부는 끊임없이 지원할 수 밖에 없는 먹이 사슬을 스스로 만들었다.

이제 선거철이 다가왔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예년과 달리 농민조직을 이용하려는 재야정당들의 움직임이 없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MB정부의 농업정책은 농업인과 농기업 육성이다.
네덜란드가 농산물과 화훼로 세계시장을 점령한 것처럼 한국을 동양의 네덜란드로 만들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우리의 동쪽에는 세계 2번째 시장의 일본이 있고, 서쪽에는 비록 우리보다 후진국이나 13억 인구중 개인소득 2만 불을 상회하는 1억 명의 중국인 시장이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네덜란드에는 사실상 농민이 없다는 것이다. 농업인도 아닌 농기업(농업인이 주주로 참여하는 경우는 있음)뿐이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종업원은 월급을 받는 회사원이지 농민은 아니다. 왜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이 가족농 위주의 농정을 추진하는 것인가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
한국의 농업인구는 전체인구의 6.2%를 약간 상회하고 이들이 생산하는 경제력은 2.3%에 불과하여 돈벌이 측면에서는 농민 2.7명이 합해야 도시인 한 명을 겨우 능가한다. 그러나 경제외(外)적 측면에서는 농업인이 아닌 농민들은 도시인의 10배의 역할을 하는 농촌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전통문화유산을 전승하고 충효사상과 예절을 지킨다.
한국은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토요일 등교 때문에 부모들은 토요일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것이 해결되면 농촌과 농민을 찾아가는 역(逆)유통구조의 산지구매 방식의 유통이 활성화 될 때 진정한 농촌주인은 영농법인과 농업인이 아닌 가족영농의 농민이 될 것이다. 선거 인구도 줄어들고, 가난하여 여당도 야당도 이제는 외면하는 이들 농민들을 MB정부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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