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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패권국에서 보통국가로

기사승인 : 2017-06-02 18:51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정도 마이너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TPP 참여 취소의 대통령령를 발효시키면서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NZ), 캐나다 등의 회원국이 발칵 뒤집혔다. 일본과 캐나다는 미국을 뺀 TPP는 무의미하니?미국의 TPP탈퇴를 취소하도록 트럼프를 설득하고자 했다. 기업인 트럼프를 TPP가 미국의 이득이 된다는 인식을 한다면 재전환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이미 몇 번이나 언급했던 것처럼 트럼프의 기본전략은 "패권포기"이며, TPP 이탈은 이 전략에 훌륭하게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TPP 이탈을 결코 철회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기업인으로서 경제적 이득을 중시하지만 장기적인 입장은 연간 경제성장의 편협적 견해와는 다른 것이다.

"미 의회는 트럼프를 탄핵할 것"이라는 카미카제식의 낙관론이 존재하지만 이 역시 지나친 전망인데, 트럼프는 의회 다수파 공화당의 대통령이고, 공화당 의원들이 흡족해하는 군사비 증강, 이스라엘 강력지지, 환경과 금융에 대한 규제 철폐 등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 영국과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 같지만, 이것도 미 정계에 영향력이 있는 영국을 우대해 포섭하려는 방책일 뿐이다.

공화당의 많은 의원은 패권 포기를 주장하는 트럼프에 불만이지만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아 결국 탄핵 결의안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를 대통령에서 끌어내리려는 조지 소로스의 단체조차 기사에서 "트럼프의 탄핵은 무리"라고 선언했다.

일본, 캐나다에게 TPP와 NAFTA와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이 아닌 미국과 양자 무역협정의 체결을 희망하는 라인도 있다. 자유무역을 부정하고 패권을 포기하자는 트럼프는 일본 등의 국가의 입장에서 무역협정을 맺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일본이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도요타 등 외국 자동차 등의 메이커에게 요구한 "주요부품을 포함한 완전한 미국 내에서의 생산"에 동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불리한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면 트럼프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협정을 맺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영국은, 미국과 양자 협정을 체결하고자 하지만 양국 간 무역은 이미 대부분 자유화되어 새로운 협정체결로 얻는 이득은 적다고 영국중앙은행이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영국은 EU를 이탈하는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을 수 없다).

일본이나 캐나다와는 대조적으로, 호주와 NZ는 "미국이 TPP를 그만둔다고 하면 어쩔 수없이, 중국을 TPP에 넣자"고 제안하고 있는데, 현 상태의 TPP에 중국의 가입의사는 없을 것이다. TPP는 초국가적인 국제 대기업이 회원국의 무역관련 정책(무역, 세무, 환경, 고용, 제품 안전 등에 관한 정책) 중 부당한 점을 기소해 파기할 수 있는 초국가 법정 조항(ISDS)등, 국가나 정부보다 대기업이 상위에 서는 조건이 붙어있으니 국가권력이 강한 중국이 민간기업 우위의 조건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민간기업의 권한을 대폭 없애기 위해 ISDS 조항을 제외하게 되면 중국이 TPP에 가입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중국이 주도하는 TPP의 라이벌 무역권인 RCEP(중국+ASEAN+한국,일본, 호주, NZ 인도네시아)와 별 차이가 없게 되어버린다. TPP와 RCEP를 합병하는 방책이 미국이 빠진 TPP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방안이다. 미국이 빠지면 중국이 최대 시장이 되니 TPP는 중국 주도가 되어 버리는 셈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TPP 이탈은 은연 중 중국을 강화하는 그림자 다극주의적인 방책이기도 하다.

패권국 이전의 미국으로
우파정권 캐나다는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캐나다는 TPP뿐만 아니라 기존의 무역권인 NAFTA도 트럼프의 재협상 도마에 올라 붕괴 직전이다. 캐나다 경제는 압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 역시 캐나다에 의존하고 있어 트럼프가 캐나다와의 자유무역을 파괴할 리가 없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트럼프가 원하는 목표는 다르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이런 점을 감지하고 미국이 탈퇴해서는 안 되며,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중시하면 할수록, 결국 호주와 NZ 방안에 찬성하게 된다.

일본은 겉으론 침묵하고 있지만 사태는 캐나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취임 전 호주를 방문해, 미국이 TPP를 이탈하면 일본과 호주가 협력해서 사태를 타개하기로 했다. 일본 외무성 등 관료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철두철미의 대미종속과 중국 적대의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아베 자신은 정치적 야망(관료독재를 타파하고 국회가 주도하는 진정한 민주화의 야망)으로 외무성 등과 또다른 미묘한 자세를 보인다.

연 초에 아베는 반미 두테루테가 이끄는 필리핀도 방문했는데 작년 여름의 두테루테 취임 이후,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 정상으로는 아베가 처음이다. 아베는 호주와 새로운 군사협정도 맺었다. 은밀히 진행되는 "일호아(일본, 호주, 아시아)"는 미국과 중국이 다 이탈된 TPP를 생각해서 "확대 버전의 일호아 + 환태평양" "미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하는 제 3의 영향권" 만들기 작업이다.

중국의 부상이 진행되면 이 영향권 역시도 중국에 흡수되어 버린다. 일본이 한국, 조선과 같은 대중 종속국이 되고 싶지 않다, 호주와 두테루테와 함께 이 영향권을, 만들 수밖에 없다. ISDS 법원 판사로 미국의 변호사 군단이 아닌, 일호아 정부와 내통하는 관료 출신이 취임한다. TPP는 다국적 대기업에 의한 패권체라는 종래의 구상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된다. 미국이 TPP를 불가역적으로 이탈했어도, 아베는 끈질기게 TPP를 추진하고있다. 겉으로, 그것은 "트럼프를 어떻게든 설득하겠다"는, 일본 외무성적인 "철두철미한 대미종속" 노선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은밀하게 "확대버전인 일호아 무역권"을 노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TPP에 대해 더 알아보자. ISDS 조항 등을 보면 TPP와 NAFTA는, 미국의 국가 패권 체제라기보다 자유무역 체제 하에서 수입이 증가한 미국 등의 다국적 기업군에 의한 패권체제다. 다보스 포럼에 모이는 사람들이, TPP와 NAFTA를 추진해왔다. 따라서 TPP와 NAFTA를 부수려고 하는 트럼프와 그 측근들은 모두 다보스 포럼에 초대되지 않았다. 자유무역 체제를 발전시키자는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중국 시진핑 주석(대통령)이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은 하지 않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도 자유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역설하여 트럼프의 보호주의를 비판했다. 때문에 메르켈이나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적대시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무역 체제는 이제 미국이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해 지켜지고 있으니 호주 등의 국가가 미국이 나간다면 대신 중국에게 들어오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다.

"지구 온난화"대책도, 오래 전부터 개발도상국을 이끄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고 트럼프는 온난화 인위설을 부정하고 있다. 온난화와 자유무역에 관한 트럼프의 움직임은 같은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2차 대전 이후의 세계적인 단독 패권국인 미국을 "보통의 대국"(서반구의 지역 패권국)으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결국 미국을 패권국 이전인 2차 대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패권국의 의무인 세계경제의 견인역으로 자국의 제조업을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여 무관세로 전세계로부터 수입을 왕성하게 하여 소비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제 이 역할을 포기하여 미국 제조업을 회생시키고 수입과 소비를 주로 하는 단독 패권국가가 아닌 생산과 수출로 돈을 버는 "보통 국가"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그 동안 멕시코, 캐나다, 일본과 중국이 제조업으로 얻었던 경제성장을 미국이 빼앗아 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제대로 한다면 몇 년 내에 트럼프가 주장하는 4%의 고도 경제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 미국이 경제 성장을 실현해 지지율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한, 트럼프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패권포기와 다극화추진도 계속할 수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경제가 파탄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적어도 임기(2기 8년)후반까지 엘렌 미 연준(FRB)을 멀리하면서 오바마 시대동안 크게 늘어난 금융버블이 파열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런 도중에 버블(거품)이 붕괴해 리먼 위기보다 더 큰 파국이 발생한다면, 달러와 미국채권은 세계기축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미국패권의 붕괴와 다극화가 급진적으로 이어지는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한국은 이런 세계적 변화의 흐름 속에 어떻게 대처해 왔던가? 중국과의 한중 FTA는 남북 FTA의 길잡이가 되어 한국의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국제농업개발원  webmaster@iad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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