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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가 내민 '4번째 명함'…배우, 감독, 화가 그리고 작가

기사승인 : 2018-11-28 16:29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하정우가 가장 많이 듣는다는 질문, "쉴 때는 뭘 하세요?" 하정우가 지난 2011년 에세이집 <하정우, 느낌 있다>를 선보인 이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 '나는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가'. 

 

 

▲ 27일 발간회 현장 [문학동네 제공]

 

지난 21일 발간된 두 번째 에세이집 <걷는 사람, 하정우>에는 휴식에 관한 하정우에 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잘사는 문제에 있어 일 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제대로 휴식하는 법에 대한 하정우 식 해답이다. 하정우의 고민이 다다른 곳에는 '걷기'가 있다. 쉼 없이 연기하고 그림 그리고, 틈틈이 시나리오 쓰고 영화 제작에 관여하느라 바쁜 하정우가 출퇴근을 걸어서 하고, 한강변을 앞마당 삼아 걷다 강남에서 김포까지 가고, 알아보는 이 없이 맘 편히 맘껏 걷기 위해 하와이에 가고, 살을 빼려 할 때도 걷는다. 하루 보통 3만보, 최대 10만보. 하와이에선 평균 40km, 최대 80km.

 

 

 

▲ 한강을 걷는 하정우 [문학동네 제공]


걷기에 미친 남자 하정우에게 걷기는 게을러지고 싶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기도이자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다. 그리고 그 걷기의 끝엔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그를 계속 걷게 한다. 눈물고개를 넘으면 먹고 쉴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있다는 믿음, 남이 차려놓은 음식이 아니라 냉장고에 든 재료들을 떠올려 한 끼의 일용할 양식을 탄생시키는 행복한 상상. 책을 읽다 보면 당장 하정우 레시피를 따라 맛있는 국을 끓이고 싶어질 것이다.

<걷는 사람, 하정우>에 하정우의 유쾌한 성공담만 들어있는 건 아니다. 연출하고 주연한 영화 '허삼관'이 사랑받지 못했던 이야기, 그로 인해 자신에게 전할 위로를 준비하고 있을 '암살' 현장에 출근하기가 두려웠던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 <걷는 사람, 하정우>에 배우 하정우의 스크린 뒷이야기만 담겨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세상살이에 지친 내 이야기, 어떻게 이겨낼지 막막한 내게 건네는 이야기가 있다. 걷고, 얼렁뚱땅 음식 만들어 먹고, 곯아떨어져 자고. 반복되는 삶의 기본이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들게 한다.

그렇게 하정우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하정우의 고난 극복기는 쓰러져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어 방전된 나를 충전시킨다. 하정우의 민낯을 보며 배우도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는 사실, 오락물로 보였던 영화가 작품으로 다가오는 느낌에 직면하는 건 덤이다.  

 

▲ 27일 발간회 현장 [문학동네 제공]


작가 하정우의 이야기를 책으로뿐 아니라 직접 들어볼 기회가 마련됐다. 27일 오후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는 <걷는 사람, 하정우>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출판사를 출입처로 하는 책 담당 기자들뿐 아니라 하정우가 주로 몸을 담아온 영화와 연예 분야 기자까지 참석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하정우는 배우가 아닌 작가로서 취재진과 만나게 된 것에 관해 "매번 영화 관련 현장에서 뵙다가 출판의 동네 합정동에서 이렇게 기자분들을 뵈니 느낌이 새롭다"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 2011년 발간한 첫 번째 에세이집 <하정우, 느낌 있다> 이후 두 번째 에세이집을 발간하게 된 그는 당시 약속했던 '5년마다'를 지키지 못 하고 7년 만에 신간을 낸 것에 대해 "영화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을 연출하며 예정보다 발간이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지난 2011년 <하정우, 느낌 있다>를 발간한 뒤 '5년마다 한 번씩 나의 삶을 정리해 나가며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작업한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에세이집을 발간하게 된 이유와 의미를 밝혔다.

첫 번째 에세이집이 '그림'을 테마로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두 번째 에세이집은 '걷기'를 테마로 배우 하정우와 인간 하정우의 일상 그리고 그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들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이번 에세이집을 관통하는 '걷기'라는 테마에 관해 "7년 간 일을 하면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내가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그동안 '걷기'에 깊이 빠졌다. 그러다가 이 책까지 내게 됐다"고 말했다.

"걷기에 깊이 빠졌다"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하정우는 걷는 행위에 심취해 있다. 무명 시절부터 '걷기 마니아'였던 하정우, 웬만한 곳은 걸어 다니는 그에게 이동 거리 단위는 "차로 몇 분 거리" "몇 km"가 아닌 "도보로 몇 분"이라고.

그는 "걷기와 그림 그리기는 배우로서 나를 지탱해 주는 양대 축"이라면서 "걸으면서 얻어지는 것과 그림을 그리며 깨닫게 되는 것이 뭔가 전환이 된다 할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걷기와 그림 그리기는 내게 큰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고 정의했다.

 

▲ 하와이에서도 줄곧 걸었다. [문학동네 제공]


특히 하정우는 '걷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보통의 일상을 갖기란 힘들기 때문에 온전히 걷기에 집중하고 싶어 찾은 곳이 하와이"라며 "하와이에 가면 하루 평균 40km를 걷는다. 하와이까지 가서 정말 이렇게 걷기만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줄곧 걷는다. 너무 자주 가니까 하와이 공항에서 날 알아볼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잘 걷기 위해서는 '쉼' 역시 중요하다. 하정우는 "오랫동안 걸으며 갖게 된 원칙이 있다. 중간에 꼭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저는 그걸 '몇 교시'라고 표현하는데, 40~50분 걷고 10분 정도 쉰 뒤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거다. 많게는 10교시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며 걷는 것만큼이나 휴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27일 발간회 현장 [문학동네 제공]

지난해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1' '1987'과 올해 초 개봉한 '신과함께2' 그리고 12월 개봉을 앞둔 'PMC: 더 벙커'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하정우가 에세이를 집필할 시간은 있었을까? 그는 집필 기간에 관해 "지난 3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다"며 꾸준히 에세이 집필에 매진한 사실을 밝혔다. 책을 낸 문학동네 관계자들과 총 18번, 한 번에 4~5시간의 만남을 가졌단다.

하정우는 "보통 1년에 1천 명 정도의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 느끼는 바를 기록해 둔다. 그 기억을 꺼내 책에 담았다. 또한 문학동네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챕터 구성을 했다. 지난 3월에는 이탈리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때의 이야기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걷기'를 테마로 한 책인 만큼 독자들은 일본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릴 수도 있을 터. 이에 대해 하정우는 "나도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며 웃어 보였다. 뿐만 아니라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 구가야 아키라의 <최고의 휴식> 등 비슷한 테마의 책을 읽은 기억을 소환했다. "저 자신만의 색깔과 구성의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책에 실린 사진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하정우는 에세이 속 사진이 모두 개인 휴대전화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히며 "주변 사람들과 풍경을 담은 사진은 직접 찍은 것이고, 제가 주인공인 사진은 소울메이트 배우 한성천이 촬영한 것"이라고 알렸다.

두 편의 에세이집을 발간한 하정우지만 '작가'라는 호칭에 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책을 썼다고 해서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걷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내가 정리한 일기장 같은 것이다. 그런 것을 (독자 혹은 관객과) 나누고 싶은 것이다. 나 자신을 치유하고 못다 한 것들을 캔버스, 책을 통해서 쏟아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속내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하정우는 "이번 책을 통해 걷기를 통해 사람에게 일상 활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난 전업 작가도 아니고 이런 작업에 익숙한 사람도 아니지만, 행간에 숨어 있는 저의 진심과 마음을 잘 읽어 주시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희망했다.

 

▲ <걷는 사람, 하정우> 표지 [문학동네 제공]


<걷는 사람, 하정우>는 무명 배우 시절부터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걸으며 느낀 마음, 기쁠 때나 어려울 때나 골목과 한강변을 걸으며 자신을 다잡은 기억 등을 담고 있다. 지난 21일 발간 이후 6일 만에 4쇄에 들어갔을 정도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책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지만 하정우에겐 가만있지 못 하는 재능이 있다. 왜 가만있지 못 하니! 스스로를 비판하기보다 배우와 감독이라는 1인 2역으로도 모자라 영화 영역을 넘어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화가로 장르를 확장한 지 오래. 이제 여기에 또 하나의 명함을 새기기 시작했으니, 작가다. 5년 뒤 나올 하정우의 새 책을 벌써부터 기다린다. 

 

U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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