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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100개 중 30개는 자연의 몫이에요”

기사승인 : 2011-09-01 21:20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유기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정도령복숭아’. 수확량의 30%는 자연에 돌려주겠다는 너그러운 마음씨를 지닌 정구철(49) 대표의 브랜드이다. 정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상품이 아닌 ‘믿음’을 판다. 복숭아 유목부터 뼛속까지 유기농으로 키운다는 충북 옥천군 ‘정도령복숭아’의 재배현장을 둘러봤다. 

10년 전 화학농약에 중독돼 쓰러지면서 얻은 깨달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깨달은 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농약을 만들어냈다는 거죠. 나무에 10개 열린 복숭아 중에 10개를 모두 가지려고 하는 잘못된 욕심이요.”

정구철 대표는 지난 1993년부터 고향인 충북 옥천군에서 복숭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10여년 동안은 화학농약도 치고, 화학비료도 뿌려가며 더 많은 복숭아를 수확하려고 애썼다. 그러던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아무도 없는 복숭아 농장에서 홀로 농약을 치다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침 고향에 내려온 친척에게 발견돼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박스에 포장된 복숭아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농약을 사용하면 나부터 살아남을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자연농업 교육을 받고 본격적으로 유기농업에 뛰어들었죠.”

그는 충북 괴산에 위치한 자연농업생활학교에서 유기농업의 기반이 된 자연농업을 교육받았다. 자연농업은 제초제 및 화학농약 대신 각 지역의 토착미생물과 농축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영농자재를 이용하는 저비용 고효율 농업이다. 정 대표는 현재까지 자연농업을 토대로 조금씩 응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간 30%의 복숭아로 인해 수확량은 확실히 줄 수밖에 없었다. 5천평의 농장에서 수확되는 복숭아의 양은 약 2.5톤 정도이다. 
 
   
화학농약을 치지 않는 농장 곳곳에서 거미줄과 벌집을 발견할 수 있다.
현미식초ㆍ막걸리로 해충 쫓고, 생선아미노산액비 관주
2006년 유기농 인증을 받고 5년차 유기농업에 접어든 정 대표는 처음에 진딧물을 없애기 위한 끈끈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끈끈이는 개미의 이동통로를 차단해 공생관계에 있는 진딧물의 번식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연농업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이후 진딧물을 쫓기 위해 새로 고안한 방법은 현미식초를 뿌리는 것이다. 복숭아꽃이 피는 시기에 1000배로 희석한 현미식초를 한 달에 한번 정도 잎에 뿌려주면 진딧물의 번식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 100% 완전하게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미식초를 견디고 살아남은 진딧물은 다시 삽시간에 번지기 때문이다. 

잎의 진액을 갉아먹는 진딧물은 수확 시기를 늦추기 때문에 골칫거리이긴 하지만, 안 되는 부분은 안 되는대로 자연에 의지한다. 
 
   

‘천연유인제’에 나방이 빠져 죽은 모습

또다른 해충인 나방을 잡을 때는 막걸리와 아카시아 녹즙을 혼합해 페트병에 담고 나무에 걸어둔다. 이것이 천연유인제로 작용해 냄새를 맡고 몰려든 나방을 혼합액에 빠져죽게 만든다. 

이외에 생선을 흑설탕에 재워 1년 동안 숙성시킨 아미노산액비를 관주하고, 수확 시기에만 예초기를 이용해 제초작업을 한다. 수확 전에는 농장의 풀을 그대로 두는데,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는 지렁이가 늘어나고, 해충들이 복숭아나무가 아닌 풀에서 활동해 상대적으로 나무에 돌아오는 피해가 적기 때문이다. 

“유기농 재배를 하면 나무의 크기가 작고, 또 작은 열매를 맺긴 하지만 그 대신 내병성도 있고 동해도 잘 견디는 강한 나무로 자라니까요. 당연히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니까 복숭아의 당도도 높죠. 사람들이 요즘 복숭아가 아닌 옛날 복숭아 맛이 난다고 하네요. 하하.”

재미를 더한 ‘정도령복숭아’, 5년째 같은 가격
믿음이 가는 이름 ‘정도령복숭아’는 농장 주변에 남아있는 옛 서원의 터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모든 복숭아에도 이름을 붙였는데, 황도는 ‘도령’, 백도는 ‘공주’나 ‘아씨’이다. 7월부터 9월 말까지 수확 시기에 따라 달리 지은 ‘여름도령’, ‘여름아씨’, ‘가을공주’ 등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도령복숭아’만의 인기 비결이다. 
 
   

정 대표가 직접 쓴 ‘손글씨편지’

‘정도령복숭아’의 또 다른 재미는 주문한 복숭아를 받아보면 알 수 있는데, 정 대표가 직접 손으로 쓴 편지가 들어있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소중한 인연으로 구매해 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이지만, 상황에 따라 그 내용은 달라진다. 예를 들면 ‘갑작스런 폭우로 복숭아의 당도가 낮을 수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사정을 일일이 손편지로 설명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그의 정성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할 수밖에 없다. 

‘정도령복숭아’의 크기는 가지각색이다. 일반 복숭아가 균일한 크기별로 포장되는 것과 달리 정 대표는 크고 작은 복숭아를 섞어 kg단위를 맞춘다. 

그리고 5년째 같은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다. 14~18개 정도 들어가는 4kg짜리 박스는 7, 8월에 48,000원, 9월에는 53,000원이다. 이는 유기농업을 시작하면서 정 대표가 ‘이 정도는 받아야겠다’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정한 가격이다. 가끔 깜짝 이벤트로 가격 할인을 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복숭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을 하고 항의한다고 한다. 
 
   
유목에서 열린 작은 크기의 복숭아. 정 대표는 복숭아 유목을 1천평 규모로 유기농 재배하고 있다.
“사실 유기농산물은 재배보다 판매가 더 어려워요. 인터넷으로 하면 된다고요? 사람들이 광고를 볼 수는 있지만, 클릭을 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것을 장담할 수 없잖아요. 안전한 판로가 아직까지 없어요. 가치를 인정해 주는 매장이 늘어나야 해요.”

지금은 ‘정도령복숭아’의 단골 고객이 늘어나면서 인지도도 상승했지만, 이제 막 유기농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한다.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실천’하면 자연을 믿을 수 있고, 그 믿음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정 대표. 그의 유기농복숭아는 믿음직스럽고 그래서 더욱 먹음직스럽다.

 

사진ㆍ김신근 글ㆍ이경아
홈페이지: www.정도령복숭아.kr
문의: 011-491-5769

이경아 기자  kyung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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