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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재배 노하우가 알알이 박힌 유기농호두”

기사승인 : 2011-09-01 21:52 기자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호두나무를 소득원으로는 상상도 못했던 17년 전 충북 영동에서 호두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규모가 점차 늘어나 7ha, 약 2만평의 산간지역에서 자라는 호두나무가 어느덧 1,000여 그루에 이르렀다. 지난 2006년, 국산 호두로는 처음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은 유기농호두는 지금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는 사단법인 한국호두생산자협회의 회장이기도 한 영미유기농호두농원 박헌용(71)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호두농사 베테랑’이다.
결실을 맺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 필요해 
“17년 전에는 호두나무를 대규모로 재배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한 손에 꼽을 정도이고요. 호두나무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당장 내일이 아닌 10년 후를 내다보자’는 생각으로 호두나무를 작목으로 선택한 박헌용 대표. 그가 수확한 호두를 유통하기 시작한 때는 7년 전인 2005년부터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유기농 인증을 받아 첫 국산 유기농호두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가 호두로 순이익을 내기 시작한 시기는 재배 15년차에 접어들면서부터다. 그러나 그는 생산과 소득의 균형을 맞추려면 20년 이상 재배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호두나무가 이처럼 장기적인 소득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수령(樹齡) 때문이다. 박 대표의 호두농원에는 둘레 길이가 3m를 훌쩍 넘는 오래된 호두나무가 있는데, 매년 100kg 이상의 호두가 열려 놀라움을 안겨 주고 있다. 이 호두나무는 천안 광덕사의 천연기념물 호두나무와 거의 같은 크기로, 수령이 400년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농원에서 재배하는 1,000여 그루 중 수확이 가능한 성목은 약 700그루이고, 나머지는 3~4년생 묘목이다. 18년생을 기준으로 한 주당 30kg 정도의 호두 수확이 가능하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디 달아”
박 대표는 호두나무를 충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해발 300~400m의 산간 지역에서 재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평지가 넓게 분포돼 있는 미국 등의 해외에서는 물론 평지 재배가 가능하지만, 곳곳에 높고 낮은 산이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리적 여건상 불가능하다. 11m의 주당거리를 유지해 한 주당 30평을 차지하는 호두나무를 대규모로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호두를 까는 모습. 청피와 단단한 호두열매를 분리하는 작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2000년대 초반 박 대표는 산지에서 호두나무를 재배하면서 평지와는 다른 환경에 어려움을  겪었다. 호두는 수확부터 포장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현행 산지관리법으로는 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이동로를 확보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밤의 재배지인 산지는 농지로 인정되고 있었으나, 그때까지 호두 재배지는 농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박 대표는 농업인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고, 노력 끝에 관련법을 바꾸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필요한 것과 불편한 점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정부에 건의를 해야 해요.”
이외에 또 다른 난관이 닥쳐왔다. 한동안 호두로 인한 수익이 없어 재정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심 끝에 다른 수입원을 찾기로 했다. 그가 선택한 또다른 작목은 표고버섯이다. 

 
   
국산 유기농호두는 수입산 호두와는 달리 신선한 향이 살아있다.
호두 농사에 주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시작한 표고버섯 재배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표고버섯의 겨울재배를 처음 시도해 성공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전남 장흥의 버섯농가에서 견학을 오기도 했다. “사실 나는 완벽주의자에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호두 농사를 시작했으니 도중에 포기하면 안되잖아요. 호두도 버섯도 남들 하는 것을 따라한 것이 아니라, 일단 한번 본 이후에 다 내 것으로 승화시켜 이만큼의 성과를 거둔 것이에요.”

유기농호두는 ‘진실된 농부의 마음’ 담은 것
호두는 두뇌 발달에 좋은 영양 성분이 함유돼 어린이들과 수험생들의 간식으로 많이 소비된다. 박 대표는 호두를 유통하기 시작하면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진실된 호두’를 생산하자고 결심했다.

 
   
영미유기농호두농원의 유기농호두는 ‘청명호두’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껍질이 있는 호두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다시 통통 튀어오르는 호두는 비어있는 호두이므로 이를 제외하고 포장한다.

“값싼 캘리포니아산 호두는 소독을 하고, 색을 일정하게 내기 위해 탈색 과정을 거친 것이에요. 그래서 목에서 넘어갈 때 따끔할 때가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산 호두를 소독하는 이유는 단단한 호두 껍질을 파고 들어가 호두를 망가뜨리는 코드라 나방 때문이다. 이 무시무시한 해충의 청정 지역은 한국과 일본 뿐이다. 박 대표는 호두나무의 잎을 갉아먹는 자벌레(참나무벌레)와 탄저병 등의 병충해를 막기 위해 잎이 나오기 전인 이른 초봄에 호두나무를 모두 유황소독한다. 그리고 호두알이 대추알만하게 자라면 석회보르도액을 2주 간격으로 2번 뿌려준다. 이 과정을 거치면 깨끗하고 건강한 호두나무를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밑거름으로는 쌀겨와 친환경 축산발효제, 호두 껍질 등을 주고 있다.  
국산 유기농호두의 호두 가격은 일반 호두보다 조금 비싸다. 박 대표는 1kg 단위로 판매를 하고 있으며, 껍질째 있는 호두와 깐 호두 중 하품은 7만원, 상품은 10만원이다.

이 호두는 박 대표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거래가 되고, 푸른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유기농팔도닷컴 등의 소매점에서 소포장으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3억원을 기록했다. 

4년생부터 열매 맺는 자연교배종 묘목 판매

   
령과 재래종의 자연교배 종으로 중간 형태를 띠고 있다. 수확 시기가 다가올수록 검은 반점이 생기며, 24절기 중 백로(白露) 일주일 후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올해는 9월 15일경.
호두농원에서 재배하는 품종은 모두 5가지. 약간 길쭉한 타원 모양의 호두를 맺는 신령,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왕호두, 재래종 2가지(알이 굵고 수확량이 적은 종, 알이 작고 수확량은 많은 종), 자연교배종(실령+재래종)이다. 우리나라의 재래종은 뚜렷한 품종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농원에서는 신령과 재래종이 1:1의 비율로 자라고 있다. 1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면서  신령과 재래종이 자연스럽게 교배되기도 하는데, 4년 전 박 대표는 4년생부터 2~30개의 열매를 맺는 특별한 나무를 발견했다. 일반적인 호두나무보다 3~4년 빨리 열매를 맺고, 열매의 모양은 신령과 재래종의 중간형이었다. 이 나무에서 나온 열매를 심어 3,000주 정도 되는 1년생 묘목을 12,000원에 팔고 있다.   

 
   

17년생 호두나무

대대손손 물려가며 재배할 수 있는 호두나무를 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호두나무의 접목 모종이 실생 모종보다 수확량이 많다고 많이들 심는데, 둘다 장단점이 있어요. 접목 모종은 직근이 없어 태풍이 오면 잘 부러지지만 실생모종은 직근이 있어 잘 버티지요.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박 대표는 모종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햇빛이 잘 들어오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 일교차가 있고 바람이 잘 불지 않는 지역이 최적지이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내심을 갖고 어린 나무부터 자주 돌봐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노력하고 기다린 만큼, 자연은 고스란히 돌려준다고.

 

 

사진ㆍ김신근 글ㆍ이경아

충북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 683-15
문의: 011-301-7625

이경아 기자  kyung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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