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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줄 아는 똑똑한 장 <제2편>
  • (재)국제농업개발원
  • 승인 2017.07.31 14:45
  • 호수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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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선의 Food Doctor>
생각할 줄 아는 똑똑한 장 <제1편>은 본지 2017년 6월호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2. 우리 건강의 최전선, 장 관문

문은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며 안과 밖을 구분 짓는 통로의 핵심이다. 무엇이 들어오고 무엇이 나가느냐에 따라 안과 밖의 환경이나 내용이 결정되므로, 문은 잘 관리되고 지켜져야 한다. 이는 우리 인체도 마찬가지다. 피부나 호흡기, 소화기 등을 통해 우리 몸은 외부의 물질들과 끊임없이 접촉한다. 이때 적절하게 문을 잘 열고 닫아야 외부로부터 영양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우리 몸을 보호하기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닫는 작업은 우리 몸 안의 세포 단위에서도 벌어진다. 우리 몸은 수많은 문이 열리고 닫히며 외부와 소통하고 유기적인 생명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에 음식물이 들어오는 통로
특히 입에서 항문까지 하나로 길게 이어진 관과 같은 소화 기관은 외부의 음식물을 통해 우리 몸의 에너지가 될 영양을 들여오는 중요한 통로이다. 그 관의 내부에는 뮤신이라는 끈적끈적한 점액으로 덮여있는 점막이 있는데, 이 점막에서 많은 병사(면역 세포)들이 활동을 하며 외부와의 출입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소장은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로부터 필요한 영양분을 실질적으로 우리 몸 내부로 흡수되는 가장 중요한 통로이다. 그래서 병사들(면역세포)이 가장 많이 지키고 있으며 점막 또한 가장 발달 된 곳이 바로 이 ‘장 관문’인 것이다.
이렇게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점막이 망가져 구멍이 뚫린다면 어떻게 될까. 항생제 등 화학약물과 방부제 등 첨가물이 들어있는 음식, 술, 커피, 유해균이 내뿜는 독소, 스트레스 등이 우리 장 점막을 파괴하고 훼손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원인에 의하여 장 점막이 상처를 받고 훼손된다면 우리 몸은 각종 질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장 점막을 건강하게 잘 관리하는 일은 우리 건강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인체 내부의 환경을 정화하는 출발점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장 점막 위에는 우리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구성원 중 하나인 미생물 균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미생물들은 장 관문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사령부격인 장 점막에 있는 신경 세포, 면역 세포들과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유익 미생물들은 장 점막을 파괴하는 유해균을 억제하면서 인체가 필요로 하는 각종 물질들을 생산하고 영양 물질의 흡수를 돕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 자료에 따르면 장 내 미생물 균총이 균형을 잃거나 파괴되는 경우 대장질환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암, 치매, 자가면역 질환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심지어는 비만도 이러한 미생물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여기서는 일단 장 점막에서 활동하는 여러 면역 세포들과 미생물들이 우리 건강의 최전선에서 서로 대화하고 힘을 합하며 관문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장은 출입국 심사관이다
음식물이 우리 몸에 영양분으로 사용되려면 몸이 원하는 형태로 잘 쪼개져야 한다. 즉 흡수하기 좋은 형태로 적당히 숙성되고 분해되어야 우리 몸에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지방은 지방산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야 우리 몸에 들어갈(흡수될)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자격을 얻는다.’는 것은 ‘숙성 발효시키다’와 같은 의미이다. 만약 장에 들어온 음식이 숙성 발효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분해되지 않으면, 흡수되지 못한 그 찌꺼기가 장 안에서 부패되어 몸에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자격이 없는데도 잘못 들어와 몸에 혼란을 일으키고 각종 면역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장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도록 점막이라는 방어벽이 구축되어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 몸의 인천공항이나 마찬가지다. 공항에서 여권이 없으면 출입이 제한되듯이, 장에서도 음식물이 우리 몸으로 들어갈 일정한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출입을 제한한다. 마치 들여올 것과 내보낼 것을 구분하는 출입국 심사관과 같은 역할이 장 점막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장 점막이라는 방어벽에는 면역 세포가 주둔하고 있다. 대식세포, 림프구, 백혈구 등 우리 몸의 면역 세포의 80%가 바로 이 장 점막에 위치하고 있는데, 마치 국가의 안보를 위해 싸우는 군인들과 비슷하다.
장 점막을 통해 적절하게 분해되지 않은 성분이 몸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 우리의 똑똑한 장은 이 물질을 적으로 간주하고 면역 세포를 출동시켜 싸우도록 한다. 이러한 몸 안의 전쟁을 우리는 ‘면역 반응’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정상적인 면역 반응은 아무런 문제없이 지나간다.
그러나 이러한 싸움이 자꾸 반복되거나 한꺼번에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자격이 없는 음식물이 자주 들어오거나 한꺼번에 많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급하게 먹거나 과식하거나,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먹거나, 야식을 하거나, 찬 음료를 많이 마셔 장을 차게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장 속으로 들어온 음식물들이 제대로 숙성되고 발효될 수 있을까? 이 경우 장의 기능은 급속도로 떨어지고 결국 흡수되지 못한 영양분들이 몸 안에 남아 부패하거나 그 안에서 면역 반응과 관련한 엄청난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점막이라는 방어벽에서 일어나는 전쟁
만약 여권이 없는 사람이 국내에 들어왔다고 가정해 보자. 아니면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을 침입했다고 치자. 아마도 국가 안보와 치안을 위해 군인과 경찰이 출동할 것이다. 우리 몸 안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군인과 경찰을 닮은 면역세포가 있다. 이 두 종류의 면역세포를 각각 Th1과 Th2 라고 한다.

보조(Helper) T세포
세포면역을 발동시키는 T세포를 Th1 이라하고
체액면역을 발동시키는 T세포를 Th2 라고 한다.

Th1의 과다한 활동 -> 자가면역질환을 유발
Th2의 과다한 활동 -> 알러지성 질환을 유발

몸 안에 독성 물질을 제거해야할 일이 많아지면 Th1세포의 활동이 많아진다. 그런데 이 세포의 활동이 과해지면 혼란이 생긴다. 적군과 아군의 구분을 못하고 내 몸을 적이라고 착각하여 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원리다.  
Th2 세포의 활동이 과다하게 증가할 경우에는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과민해진 장이 아무나 붙잡고 싸우려하는 것이다. 아토피나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으로 나타난다.

자가면역성질환 : 자신의 항원에 대해 항체를 만들어서 생기는 면역병으로 류머티즘 관절염, 크론병, 다발성 경화증, 제1형 당뇨, 루프스 등이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 : 아토피성 질환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고, 기관지천식,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피부염, 두드러기 등이 포함된다.

사회가 극도 혼란에 빠지게 되면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도 범죄자로 오인될 수 있다. 우리 면역세포도 싸움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혼전을 벌인다. 면역을 지켜야할 면역세포들이 광적인 판단을 하여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치광이 세포(Th1의 경우)로 변하기도 하고, 너무 민감해져서 아무하고나 붙잡고 싸우려는(Th2의 경우)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꽃가루 좀 들어왔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 재채기를 하거나 콧물이 나는 등 과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우리 몸 내부의 면역력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면역력이 강하다고 말할 때는 건강하다는 뜻으로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면역력, 즉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은 장에서 면역세포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줄 때 그 기본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점막을 지키는 또 다른 병사, 미생물
면역 세포의 과잉 활동으로 질병이 생기는 이유는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항원)가 몸 안에 들어오면서 면역반응이 일어나 생기기도 하지만 또 다른 원인으로는 장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미생물이 부족할 경우에도 발생한다.
외부 물질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어벽인 장 점막에서 끊임없이 여권(자격)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다. 미생물들이 장에 들어온 음식물이 흡수되기 좋도록, 쓸모 있도록 숙성 발효시키는 일을 한다. 내 안에서 나를 지키는 또 다른 나인 셈이다.
최근 연구 자료에 의하면 어려서(특히 3개월 미만 어린이가) 항생제에 노출될 경우 장내 미생물 균총이 무너져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옛날에는 작은 미생물의 세계를 볼 수 없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미생물의 효용성이 더욱 각광받고 있는 시대이다. 미생물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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