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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당근꽃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 승인 2018.07.19 10:05
  • 호수 366

고향 춘천에 존경하는 선배님이 종종 감탄스런 말씀을 던지시곤 한다.
“새벽에 과일을 따면 익은 듯 보여도 일부만 익은 녀석일 경우가 많아.
그래서 제대로 익지 않은 걸 따기 십상이지.“
급하게 이익을 쫒아 내달음질치는 세상에서 선배는 천천히 순리를 따르면서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자는 조언을 그렇게 이야기한다.

“후배님! 새벽에 텃밭에 나가보면 세상이 참 달라 보여.”
“인적 없는 어둑어둑한 곳에 살고 있는 온갖 생명체들과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는 것 같아.“
텃밭에서 키우는 작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주의 섭리와 인생살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나의 선배님은 어느 덧 나의 멘토가 되어버렸다.

부족하고 모자란 후배에게 용기를 주시려고 가끔은 눈물 나게 고마운 칭찬도 마다하지 않는다.
“후배님, 아직도 이렇게 유익한 잡지가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맙다는 생각을 난 자주해요.”
“화장실에 갈 때 꼭 후배님 월간지를 들고 가는데, 뭔가를 기억해내려다 빨리 생각나지 않으면 지난 호를 다시 들쳐보면서 도움을 받아요.”
선배님의 그런 칭찬과 격려는 메말라가는 나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한다.

살면서 혹독히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야 겨우 이만큼의 판단력과 현명함을 얻었다고 말하면서 남에게 퍼주는 나눔 속에서 기뻐하는 선배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직 인생의 수업료를 제대로 치루지 못해 자주 속앓이 하는 부족한 후배에게 진주같이 귀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남들이 나에게 편히 사는 길이 있는데, 왜 시어버님과 외증조부의 기념사업을 한다며 뒤늦게 이런 고생을 하냐고 하지만 선배님의 진정성어린 한마디에 의기소침했던 나는 다시금 기운을 얻곤 한다.

“후배님. 남들이 다 하는 일이라면 우리 아니라도 할 사람이 많을 테니, 굳이 우리가 할 필요가 없잖아. 남들이 안하니까 우리가 하는 거야!”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 쓰지 마! 옳다고 여기는 일을 열심히 하다 가면 되는거지, 뭐!“

비 오는 새벽에 촉촉이 젖은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을 사랑하는 후배에게 보여주려고 밭에 나가 찍어 보낸 사진 속 고수와 오이, 당근꽃의 수수한 아름다움이 선배님의 마음처럼 한가롭고 자연스러워 그 어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장마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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