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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역설
  •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 승인 2018.11.29 14:17
  • 호수 2

7080시대 사람들은 대변검사의 에피소드를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때는 농약도 별로 없고 살균, 소독이 드물었던 시대였다. 그래서 배추를 사면 배추벌레가 파먹은 이파리가 흔했다. 무당벌레가 붙은 야채를 어린 나는 호기심 있게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생충과 해충 박멸의 시대
세상이 변하여 살충제의 대명사인 에프킬라와 모기향과 모기장이 공존하던 시기가 있었다. 모기장 밖으로 나온 팔다리의 피를 모기에게 양보하기도 했는데, 점차 모기장은 사라지고 살충제를 사람들이 애용했다.

에프킬라와 모기향은 나같이 예민한 사람에겐 고역이었다. 독한 가스 때문에 모기보다 사람이 먼저 죽을 지경으로 에프킬라를 뿌려대던 시절이 있었다. 석유로 만든 에프킬라를 많이 뿌리면 방이 미끌미끌하여 넘어질 지경이었다. 수세식 화장실 이전에 변소에는 가끔 석유를 뿌려 꿈틀대는 구더기를 죽이기도 했다. 이런 일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국민영웅 이국종 교수가 JSA귀순병사에게서 기생충이 엄청나게 나왔다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엔 너무 많은 양의 기생충으로 건강에 문제를 가져온 경우이지만, 현대인들은 기생충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고 있다.

이국종 교수가 북한군 장내 기생충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알레르기 치료의 신세계
기생충을 이용한 질병 치료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알레르기는 기생충 감염과 반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가봉, 에콰도르, 잠비아 등 기생충 감염이 많은 지역에서 천식 증상이 완화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알레르기란 면역시스템의 과잉반응으로, 미국에서는 기생충 감염이 줄어든 1930년대 이후 면역체계의 과민 반응으로 인한 장염과 크론병이 증가했다. 일부 학자들은 인간의 면역시스템이 기생충과 함께 살도록 진화되어왔다고 말한다. 결국 기생충을 박멸하는 위생과정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되었다는 역설이다.

공격할 대상이 사라지면서 엉뚱한 것을 공격하는 면역항체
항체인 U면역글로블린은 원래 몸속의 기생충을 공격하고, 히스타민 분비를 촉진하여 알레르기가 일으킨다. 그런데 공격할 기생충이 사라지니 엉뚱하게 자신을 공격하는 질병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인 것이다. 결국 위생과 청결이 질병을 일으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생충은 억울하다”
요새 아이들은 기생충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지만 밥만 축내는 사람에게 ‘기생충’이라고 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지구의 절반가량의 생물이 기생을 하여 생존하고 있으며, 기생 생물은 기생충이라고 버러지 취급을 하면 억울할 지도 모른다. 기생한다기보다는 상생하는 존재인데 이제야 조금씩 진실에 눈을 뜨게 된다. 기생충 박멸의 시대가 오류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국인의 회충 감염률이 1971년 54.9%에서 2012년 0.025%로 급감하였고, 기타 편충 요충 역시 0.4%와 0.0042%까지 감소하여 굳이 구충제를 복용할 필요가 사라졌다.

숙주인 인간이 죽으면 기생충도 죽는 공생 구조
숙주인 인간이 죽으면 생존도 위협받기 때문에 기생충이 인간과 함께 공생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오히려 특정 질병치료를 위해서 기생충을 활용하기도 한다. 일부 기생충은 간, 방광, 눈 등에 손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기생충은 인간에게 별 탈을 만들지 않는다.

기생충 신약시대
크론병 환자가 기생충 알을 먹어서 부작용 없이 호전되는 임상이 나오기도 했으니, 기생충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잘 활용하면 인간에게 매우 유익하다. 기생충이 오랜 세월 우리와 공생했다는 의미는 숙주인 인간에게 큰 무리 없이 면역시스템이 작동하게 만드는 기술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생충을 잘 활용하면 인간에게 부작용이 적은 신약을 만들 수 있다.

2004년에 선충에서 염증을 억제하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했다. 피를 빨아 먹기 위해 혈액 응고 단백질의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십이지장충에서 외과 수술용 혈액 희석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다.

돼지편충알을 이용한 면역강화제도 만들어졌다. 돼지편충은 인체 내에서 알에서 깨어난 뒤 몇 주 머물다가 모두 배설되는데, 그 사이에 인간의 면역계를 자극해 항체를 많이 만들고 면역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머리에 가시가 달려 주로 물고기에 기생하는 기생충인 구두충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여 접착제 없는 상처치료용 패치가 개발되었고, 기생충을 활용한 친환경농법, 생채계의 오염을 측정하는데 사용하기도 하기도 한다.

‘톰과 제리’는 기생충이 만들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의 과학자들이 최근 원충성 기생충인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의 경우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어 있는 고양이 냄새에 잘 반응하지 않도록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겁이 사라진 톡소플라즈마증에 걸린 쥐는 유명한 ‘톰과 제리’를 떠오르게 한다.

대결에서 상생의 시대로
특히 현대인들이 위생에 집착하여 기생충을 죽이면서부터 비만이 급격히 늘어났다. 기생충이 인체 내에서 일부 과잉 영양분을 나눈다면, 비만퇴치에 효과적이란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못 먹던 시대에는 나의 부족한 영양분을 빼앗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적정 체중유지를 위한 고마운 보조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생충은 더 이상 나와 전쟁을 벌일 대상이 아니라 상생하는 고마운 나의 동반자로 다가온다. 시대에 따라 이렇듯 같은 대상을 가지고도 다른 해석이 가능한 변화무쌍한 세상, 바야흐로 세상은 상생과 화합의 시대가 도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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