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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프리즘] 여배우 ‘3김 시대’ 올까?

기사승인 : 2018-07-03 09:22 기자 : 홍종선 (dunastar@upinews.kr)

영화 '마녀'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준 배우 김다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한국영화에서 여배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는 이제 귀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다. 남성 중심의 강력한 액션영화들이 기획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몇몇 뛰어난 배우가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신성의 등장이 기대를 키우는 것도 사실이다.

2018년의 절반이 지난 현재, 연말결산이 멀기만 한 오늘 2명의 여배우가 혜성처럼 우리 곁에 와 있다.

영화 '버닝'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배우 전종서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 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뤼미에르대극장에서 보면서, 또 인터뷰 현장을 비롯해 칸 이곳저곳에서 스크린 밖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 2018년이 발견한 여배우는 전종서가 아닐까 전망했다. 다만 영화 속 혜미와 배우 전종서가 많이 닮아 있었기에 차기작에서도 ‘버닝’만큼 힘 있는 연기를 펼칠 수 있을까, 또 다른 새로운 얼굴을 보여 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창동 감독께서는 저 스스로 제가 아니라고 느낄 때 OK 사인을 주셨다”는 설명을 들으며 그렇다면 기대를 간직해도 좋겠다 싶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이 정도는 돼야 혜성이라는 식의 기준을 들이밀 것도 없이 연기 자체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한 여배우를 목도했다. 영화 ‘마녀’에서다. 1500 대 1의 경쟁률이라는 둥의 설명은 초라하다. 김다미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고, 어디까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상상할 수 없게 강렬하고도 순수한 모습으로 ‘마녀’ 속을 누볐다. ‘개봉 전부터 전 국민적 관심을 받는 영화’였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 ‘마녀’가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무슨 역을 맡겨도 기대 그 이상을 해 내는 연기파 박희순, 쉰이 넘은 나이에도 액션 연기를 꿈꾸며 보여 준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가 올 때까지 기다린 조민수 외에 김다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할리우드영화로 만날 때는 익숙하지만 우리 영화로는 아직은 낯선 초능력 판타지 액션이 태생적으로 지닐 수 있는 거부감을 해제시키는 역할을 김다미의 다양한 얼굴, 절도 있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이 톡톡히 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6월 영화배우 브랜드 평판 1위에 김다미가 올랐다. ‘마녀’가 6월 말 개봉했음에도 단숨에 왕좌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차트에 처음 진입하면서 ‘등극’인 것도 놀라운데 누리꾼이 김다미를 두고 6월 한 달 동안 표현한 단어들이 ‘강렬하다, 신선하다, 기대하다’라고 하니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게 사실이다.

영화 '아가씨'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태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배우 브랜드 평판 2위는 김태리가 차지했다. 2016년 6월 영화 ‘아가씨’에서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이라는 연기 괴물들 사이에서 결코 주눅 들지 않는 존재감을 빛냈던 것을 시작으로 2017년 12월 ‘1987’, 2018년 2월 ‘리틀 포레스트’,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차분히 쌓아가고 있긴 하지만 6월 현재 개봉작이 없는 가운데 2위에 오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오는 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김은숙 극본, 이응복 연출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주연을 맡은 영향도 있겠으나 그만큼 굴곡 없는 호감도와 인지도를 구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17년 1월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 이후 오랜만에 영화 ‘변산’의 주인공으로 오는 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고은 역시 2012년 영화 ‘은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 ‘계춘할망’의 윤여정까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과의 협업이라는 행운을 연이어 누리며 좋은 에너지를 충전해 가고 있다.

오는 4일 개봉되는 영화 '변산'의 주인공으로 열연한 배우 김고은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지우 감독이 발굴한 김고은, 박찬욱 감독이 키워낸 김태리, 이창동 감독이 발견한 전종서, 박훈정 감독이 선택한 김다미. 강력한 존재감으로 자신의 등장을 알린 여배우들의 면면을 짚다 보니 엉뚱한 연상 하나가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김대중-김종필-김영삼, 한국 정치현대사를 특징지었던 ‘3김 시대’를 김고은-김태리-김다미 조합에 의해 한국영화 역사에서 볼 수 있을까. 전종서 혹은 향후 나타날 신성들에 의해 한국영화 또는 한국 여배우 지형이 또 어떻게 달라질까 생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런 비약적 상상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윤정희-문희-남정임 1세대 트로이카, 정윤희-유지인-장미희 2세대 트로이카, 원미경-이미숙-정애리 3세대 트로이카(배우의 조합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가 한국영화를 부흥시키고 여배우의 입지를 공고히 했듯 ‘여배우 3김 시대’든 또 다른 조합으로든 여성 배우들의 활약을 스크린에서 보다 자주 즐기는 호시절을 응원한다.

홍종선 기자/ dunasta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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